작성일 : 07-03-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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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10명중 3명 “후계자 없다”…“나 죽으면 기술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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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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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10명중 3명 “후계자 없다”…“나 죽으면 기술도 끝”
[쿠키뉴스] 2007년 03월 11일(일) 오후 06:20 가 가| 이메일| 프린트 [쿠키 사회]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이 열린 부산 벡스코 회의장. 의장인 노무현 대통령 뒤편에 조선시대 왕이 썼던 병풍을 자수로 재현한 대형 ‘일월오봉도’ 병풍이 자리잡고 있었다. 각국 정상과 대표단은 자수병풍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고, 폐막 뒤 이 곳을 찾은 관람객 사이에도 단연 인기였다. 이 병풍은 2002년 자수명장에 선정된 유희순(52·여)씨 작품이다. 만약 10년 뒤 APEC 정상회담이 다시 한국에서 열린다면 그 때도 이런 명품 병풍을 한국 대통령 뒤편에 세울 수 있을까? 환갑이 지났을 유 명장이 현업에서 물러난다면 답은 ‘아니오’다. ◇대한민국 최고 기술, 후계자가 없다=유 명장에겐 제자가 1명 있었다. 8년 전 한 전시회에서 유 명장 작품을 보고 스스로 찾아왔다. 8년간 묵묵히 연마해 이제 막 기술이 궤도에 오른 제자는 지난 1월 집안 사정을 호소하며 작업실을 떠났다. 유 명장은 유일한 제자를 잃은 속병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유 명장이 그동안 제자에게 줬던 월급은 고작 100만원. ‘대통령 병풍’을 만든 명장이지만 값싼 중국산이 시장을 점령한 몇년 전부터 고정 수입이 사라져 자수 강의로 이 돈을 충당했다. 전국을 돌며 강사료를 받아 제자 월급 주고나면 월 100만원 정도 남았다. 유 명장은 “기술이 끊기는 건 안타깝지만 월급 부담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칠기명장 송원섭(61)씨. 54세 공영모씨와 30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공씨는 송 명장의 유일한 동료이자 전승자다. 그 뒤를 이을 사람은 없다. 왜냐고 묻자 송 명장은 “힘들고 돈은 못벌고… 이 일을 누가 배우려 들겠소”라고 내뱉듯 말했다. 소비자의 외면과 중국산에 밀려 칠기가구 주문은 끊긴지 오래다. 일이 좋아 버티고 있지만 체력이 달려 은퇴를 생각할 때가 됐다. 그는 “아무도 우리 기술을 원치 않으니…나와 후배가 현업을 떠나면 그걸로 끝이지”라고 했다. 석공명장 고석산(54)씨는 수십년 전부터 직접 망치를 만들어 주고 가르친 제자 10여명이 있다. 지금은 각자 전국에 흩어져 일한다. 고 명장은 간혹 일터에서 제자와 마주치면 인사 나누기도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고정 주문이 없어 모두 일감을 찾아 떠도는 신세”라며 “이젠 남에게 이걸 배우라고 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기술 계승자 지원금 ‘월 20만원’=취재진이 만난 명장들은 하나같이 은퇴 전에 기술을 전수하고 싶어 했다. 대다수가 50∼60대인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배우려는 사람이 없거나, 가르칠 돈이 없어 아예 전수를 포기한 경우도 많았다. 명장 119명이 참여한 본보 설문조사에서 후계자가 한 명도 없는 사람이 32.7%(39명)였다. 이 중 92.3%는 50대 이상이고, 43.5%는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다. 후계자가 없는 이유로는 59.2%가 ‘기술을 원하거나 사업을 계승할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은 기술 전승을 위해 명장에게는 전승자 지원금 월 80만원, 계승자에게는 월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명장이 자기 몫을 고스란히 제자 월급으로 내놓아야 겨우 월 100만원이 마련되는 규모다. 더욱이 지원금 지급 기간은 3∼5년에 불과하며 계승자가 여러명이라도 한 명에게만 지원된다. 송 명장은 “수십년 배워도 모자라는 데 불과 5년간 쥐꼬리만한 지원금으로 기술 전승이 되겠냐”며 “이 때문에 제자 받기 꺼리는 명장도 많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재청이 지정하는 무형문화재는 예능 전수 지원금으로 월 100만원, 후계자도 월 50만원씩 받는다. 일부 공예 명장 사이에선 “차라리 무형문화재가 될 걸 그랬다”며 “부(노동부)에서 시행하는 명장 대우가 청(문화재청)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돌고 있다. ◇현업에서 물러난 명장은 어디로?=자동차정비 명장 박병일(52)씨는 “체면 때문에 말은 하지 않지만 현업에서 물러나 아파트 경비원이나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명장도 있다”고 전했다. 본보 설문조사에서도 ‘후계자가 있다’고 답한 명장 80명 중 ‘학교나 학원 강의를 통해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는 사람은 13명(16%) 뿐이었다. 대부분 개인적 ‘도제교육(27명)’이나 직장에서 ‘공동작업(24명)’을 통해 전수하고 있었다. ‘학교 학원 등 교육기관에서 가르칠 기회가 한 차례라도 있었다’는 답변은 67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책이나 영상물 등 기록으로 노하우를 남긴 사람은 31명(27.4%) 뿐이다. 이처럼 명장 기술의 맥이 끊길 위기 상황이지만 교육현장에는 이들을 활용한 실용적 교육체계가 갖춰지지 않고 있다. 기능인을 양성하는 한국폴리텍대학은 2005년 국내 최초로 명장 기능장 등을 교수에 채용하겠다며 문호를 개방했지만 아직 정식 교원으로 임명된 기능인은 한 명도 없다. 대학 관계자는 “그동안 공채가 거의 없어 이 제도로 교수가 된 명장은 없다”며 “하지만 명장에게 교수직을 개방한 곳은 우리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3-03-15 16:49:57 미르자료실에서 이동 됨] |
